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 3학년 때 부끄러운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복사를 서고 있었는데 미사 시작과 동시에 소변이 마려운 것입니다. 복사를 선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사 중간에 화장실에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그래서 꾹 참고 있었지만, 그날따라 강론도 참 길었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미사 중간에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같이 복사했던 친구와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추억을 떠올리던 중에, 제가 복사를 서다가 실례를 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의 사고(?)는 친구들 사이에서 큰 놀림감이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친구가 그때의 일을 다 기억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내 실패나 아픔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얼마나 기억할 것이 많습니까? 자기 일에 집중하느라 남의 아픔을 챙겨가면서 기억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사진설명: 1980년 성모의 밤 복사 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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