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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영성 ㅣ 묵상

여백도 중요합니다.


갑곶성지의 봉안당 안치식을 직접 진행하면서 유가족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많은 유족이 고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내가 조금만 잘했다면….’이라는 과거에 대한 후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없는 문제라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절망감을 느끼며 슬퍼합니다.
바꿀 수 없는 과거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후회를 없애지 못합니다. 이때 “세상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많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이지만, 이 역시 일어날 수 있었던 하나의 여백인 것입니다.
여백은 아무것도 없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의 행동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음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채우지 않아도 되는 여백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삶을 괴롭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지금 내가 해야 할 것과 앞으로 희망을 두어야 할 것에 집중하도록 합시다.
사진설명: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