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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영성 ㅣ 묵상

실수도 사랑하세요.


신학교에 입학하고 첫 번째 여름 방학 때였습니다. 방학을 맞이해서 지방에 사는 선배님을 찾아갔습니다. 방학하면 꼭 놀러 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지요. 먼저 선배 신부님의 본당 신부님을 만나 인사했습니다. 그랬더니 잘 왔다면서 밥 먹으러 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배님은 다른 차를 타고, 저는 신부님과 함께 신부님 자가용을 타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 어른이 운전하는 차를 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본당 신부님 운전하시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때 신부님께서는 저를 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내가 네 운전사니?”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뒷자리는 사장님 자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 번도 어른이 운전하는 자가용을 타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실수한 것입니다.
모르면 당연히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수 자체에 집착하고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을 하지 않아야 할 것처럼 부끄러워합니다.
의연하게 사는 것은 실수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훨씬 더 살기 쉬워집니다.
사진설명: 삼위일체 경배(알브레히트 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