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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영성 ㅣ 묵상

증명사진


어느 잡지사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고,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글을 써서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작가 소개와 사진 한 장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써서 보낼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사진이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제 사진이 없는 것입니다. 겨우 증명사진 한 장을 발견했는데,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을 유심히 봤습니다. 지금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이메일로 보냈더니 곧바로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신부님! 사진이 너무 오래된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한 장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직원들에게 20년 전 제 증명사진을 보여 주며, “지금과 똑같지 않아?”라고 했더니 절대 아니라고 말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니, 20년 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동안 제 얼굴을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늙어갔는지도 몰랐나 봅니다. 지금의 나를 봐야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와 비교할 수가 있습니다. 즉, 과거를 반성하고 더 나은 나를 향해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사진설명: 심판 때의 남방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