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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영성 ㅣ 묵상

2021년 4월 14일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요즘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학교에서 예방접종을 맞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주사는 너무나 큰 공포였습니다. 막상 맞고 나면 별것 아닌데, 맞기 직전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결핵 예방주사인 불주사 맞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냥 보통 주사 맞는 것도 힘든데, 주삿바늘을 알코올 불에 소독하여 접종하는 주사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당시는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일회용 주사기 대신 유리 주삿바늘을 소독해서 재사용했던 것입니다). 차례대로 나와 주사를 맞는데, 제 접종 차례는 반에서 거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제 앞에 있는 친구들이 주사를 맞고 비명을 지르고, 또 울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제 차례가 가까워지면서 공포심도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당시에 제일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마 맨 처음 주사를 맞은 아이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은 더 커집니다. 따라서 걱정을 빨리 내려놓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바로 먼저 마주하면서, 문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 걱정을 마주하면 별거 아닐 때가 더 많았습니다. 주사 맞는 것처럼 말이지요.

세상 안에서 걱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만 하면 아마 걱정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만 갑니다. 따라서 빨리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걱정을 줄이고 힘차게 지금을 살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약한 내게 힘을 주시는 유일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를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목적인 아들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함이라고 하십니다. 즉, 심판이 아닌 구원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심판을 먼저 생각하며 걱정합니다. 이제까지 지은 죄의 무게를 생각하면, 구원보다는 심판에 더 가까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구원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집니다. 걱정하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걱정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대로 그분께서 보내신 아들을 믿고 그분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뜻을 세상에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첫 번째 오심은 우리를 용서하시기 위한 것이었지만, 두 번째 오심은 심판하기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계속된 자비만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굳은 믿음과 진정한 참회로 주님과 늘 함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매일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라. 나에게 잃은 것을 한탄하는 시간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는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헬렌 켈러).


사진설명: William Holman Hunt, The Light of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