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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영성 ㅣ 묵상

2021년 4월 30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


혼자 어느 섬의 둘레길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고, 그곳에서 촬영한 영화도 있어서 시간이 날 때 그 섬을 혼자 찾아갔습니다.
아침 일찍 배를 타고 건너가 섬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곳곳에서 소개한 것처럼 섬 둘레길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경사도 가파르고 제대로 길이 닦여있지 않아서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힘들어서 허벅지가 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중간에 가게 하나 없어서 갈증으로 고생도 많았습니다.
몇 년 뒤에, 아는 지인들과 똑같은 코스를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지인들에게 엄청 힘든 코스니까 물과 간식거리를 꼭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허벅지가 터질지도 모른다고 겁도 잔뜩 주었습니다.
둘레길을 모두 함께 다녀온 뒤에 지인들은 뭐라고 말했을까요? 모두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뭐가 힘들다고 겁을 잔뜩 줬냐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왜 이런 차이를 보였을까요?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고통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혼자 하면 나눌 수가 없으니 힘이 더 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도 함께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고통을 이기는 길이 바로 이 ‘함께함’에 있습니다. 특히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기에 주님과 함께해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왜 당신과 함께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당신 없이는 아버지 하느님께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주님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길로 삼고 따르는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통하여 하느님에게 가면서 완성을 향해 십자가를 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진리이기도 하시므로, 그분은 우리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생명이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희망하며 본디 우리를 위해 창조된 불멸의 삶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과 함께해야 하느님 아버지께 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첫 절을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이렇게 주님께서는 믿음을 촉구하십니다. 믿음은 그 무엇보다 강력해서 겁쟁이를 용감한 군사로 바꾸어놓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으로 무장해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과 함께하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구원이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의 명언: 그릇은 비어있어야만 무엇을 담을 수 있다(노자).
사진설명: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